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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우리나라 전통가옥은 소통이다.

작성자
금호지붕공사
작성일
2014.12.01
첨부파일0
추천수
0
조회수
1325
내용

한옥은 소통이다.

 

한옥이라면 먼저 미끈한 기와지붕, 안채, 사랑채, 육간대청은 아니더라도 시원한마루, 너른 마당,

나무대문에 번듯한 담장까지 두루 갖춘 집을 연상한다.

 

그러나 한옥(韓屋)은 말 그대로 한국식 건축 양식으로 지은 집이다. 초가삼간도 삼간이고, 굴피 지붕에

나무 울타리 두른 소박한 집도 한옥이다. 언제부터인지 한옥 하면 번듯한 육간대청의 외양 위주로 소개되어

본질에 대한 생각을 잊게 한다. 왜곡이다. 한옥의 본질은 소통이기 때문이다.

 

자연과의 소통, 사람사이의 소통, 지난여름도 어지간히 무더웠다. 더위를 많이 타는 사람은 에어컨 바람에

어깨가 욱신거려도 전원 끄기가 어려웠다. 문득 옛날에는 어떻게 살았을까 생각해보니 에어컨은커녕 선풍기도

없이 부채만으로도 잘 지냈다. 비결이 있었다. 바람의 소통 덕분이다.

 

서쪽에서 불어온 바람은 동쪽으로 흘러가고 북쪽에서 찾아온 바람은 남쪽으로 길을 잡을 수 있었다.

특히 옛집들의 대청마루가 그 전형으로 자연의 흐름을 틀어막지 않았다. 

그러니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해도 더위를 물리칠 수 있었고, 바람이 멈춰도 시원한 나무 바닥에 등을 붙이고

부채질이나 하면 그럭저럭 견딜 만했다.

 

이제 도회의 삶은 대부분 사방이 막힌 공간이다. 특히 사무실이나 오피스텔에 이르면 복도를 중심으로

더 많은 공간을 쥐어짜내느라 바람의 길이라고는 없다. 그러니 바람조차 아예 외면한다.

인공으로 만든 찬바람이 아니면 견뎌낼 방법이 없다. 탄소 어쩌고는 그저 구호이고 건강에 안 좋은건

더 말할 나위 없다. 겨울은 어떤가, 아파트 아래.위 층에서 전부 보일러를 트니 어지간히 온도를 줄여도

집 안이 따뜻하다. 한겨울에도 반팔 차림이 보통인 이유이다. 참 좋아 보인다.

 

그렇지만 생각해 보면 위로 올라가는 더운 공기가 순환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전통 한옥에서는 취사 등 생활에 필요한 열기가 구들장 아래 고래를 흐르며 방바닥을 데워주는 구조이다.

불길의 소통으로 에너지의 낭비를 줄이니 첨단 과학이 따로 없다. 그 뜨끈한 방바닥에 엉덩이를 붙이고

책을 읽을 때 머리 위로 신선한 공기가 흐르면 그 청량하던 느낌이라니!

찌뿌듯하지 않은 청명한 기운은 생각을 건전하게 하고 마음을 넉넉하게 해주지 않은가,

자연과의 소통에서 얻을 수 있는 기운이고 한옥의 마술이다.

 

요즘에는 사람과의 소통이 어렵다. 특히 아파트라는 공간은 현관문만 걸어 잠그면 나만의 세상이다.

개인의 사생활이 보장되고 큰 소음을 만들지 않으면 누구도 관심 두지 않는다. 그렇지만 좋기만 할까?

고립된 외로움은 둘째치고 이웃집에서 무슨일이 벌어져도 모르니 내집도 마찬가지이다.

안락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적지 않은 사고와 범죄는 완료형이 될 수밖에 없다.

가장 안전한 듯한 공간이 가장 위험한 공간도 되는 것이다.

 

허술한 나무 울타리 틈으로, 높지 않는 담장 너머로 슬며시 들여다보이는 이웃,

일부러 보려는 것도 아니고 문득 마주친 눈길인데 원수진 일 없으니 인상 쓸 까닭이 없지 않은가,

은근히 주고받는 눈웃음이 정겨운 이웃도 만들고 삶의 안전도 나누었다.

 

개인의 프라이버시도 자신이 조심하면 크게 침해될 일이 없다.

오히려 이웃의 눈치가 보여 고함치는 것조차 삼가게 되니 삶이 안정된다.

못된 마음으로 침입한 사람이 있어도 무시로 지나가는 그 이웃들 때문에 제멋대로 험한 일까지

저지르지는 못 한다. 꼭 그런 안전만도 아니다. 혼자 사는 나이든 이가 있으면 이웃에서 자연히

알게 되니 한 이틀 기척이 없기라도 하면 내 일처럼 들여다보게 된다.

 

그러니 오늘날 도회에서 벌어지는 황당한 참변은 일어날 일이 없다.

그렇게 오순도순 나누는 정, 인간성 회복이 따로 없지 않은가. 좁은 땅에 많은 사람이 살다 보니

고층으로 올라가는 구조는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옥이 물려준 소통의 정신마저 막아버리는 건 참으로 어리석음이다.

한옥을 소개하는 이들부터 높은 담장의 번듯한 외양으로 본래의 정신을 왜곡하지 않아야 할 일이다.

 

김정현 작가의 글 중에서~

 

금호지붕공사

www.jibung11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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